하얗게 덮인 세상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발 아래서 뽀드득거리는 눈 소리만이 이 정적을 깨운다. 나의 발자국이 하얀 길 위에 하나둘씩 새겨지며,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남긴다. 눈 내린 골목길은 말없이 그 흔적들을 품고 있었다.
골목길 구석구석에 쌓인 눈은 모든 소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공중에 퍼졌다. 나를 따라 걷는 누군가의 발자국이 함께 이어져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우리도 이렇게 조용히, 하지만 단단하게 시간을 걸어가고 있었음을 알았다.
발자국은 단순한 흔적 이상의 의미였다. 그것은 지나온 길과 남겨진 기억,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약속이었다. 눈 위에 남은 발자국처럼 우리의 삶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보여질 수밖에 없는 기록이었다. 나는 그 생각에 잠시 멈춰 서서, 발자국 위에 시선을 고정했다.
눈 내린 골목길은 겨울의 차가움과 동시에 따스함을 품고 있었다. 흰 눈 아래 감춰진 삶의 이야기들이 그 발자국과 함께 조용히 속삭이는 듯했다. 세상의 소음이 멀어진 그곳에서 나는 나 자신과 깊이 마주하며, 지나간 시간에 감사했다. 눈 속 발자국은 나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다.
걸음을 다시 옮길 때마다 발자국은 이어졌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도 조금씩 쌓여 갔다. 눈 위의 흔적처럼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마음속에 새겨진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골목길 끝에 다다를 때까지 나는 그 발자국들과 함께 걸었다. 그들은 나의 지난 시간을 증명하는 조용한 증인들이었다.
오늘도 눈 내린 골목길을 걷는다. 하얀 세상 위에 내리는 발자국들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찬바람 속에서도 나는 그 길을 따라가며, 내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간다. 눈 내린 골목길의 발자국들은 나에게 오늘과 내일을 잇는 다리가 되어 준다.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