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본질이 살아 숨 쉬는 야수의 이름이자, 전설 속에서만 전해져 내려오는 고대 존재다. 이 생명체는 단순한 짐승이 아니라, 불과 자연, 그리고 복수심으로 엉켜 탄생한 정령형 야수로 묘사된다. 불타는 갈기, 재로 물든 발톱, 그리고 눈처럼 타오르는 홍채를 가진 이 존재는, 한때 인간과 자연 사이에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엠버클로가 나타나는 곳마다 숲은 불타고, 하늘은 붉게 물들며, 죽은 땅 위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이그나록 대륙 북부의 잿빛 숲 ‘알두라스’는 한때 울창한 생명의 숲이었으나, 인간의 채굴과 파괴적인 마법 실험으로 인해 황폐해졌다. 이 땅에 첫 발을 디딘 엠버클로는 단순한 분노가 아닌, "정화"라는 이름의 불을 통해 숲을 다시 태어나게 하려 했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를 ‘파괴자’로 오해했고, 여러 기사단과 사냥꾼 길드가 엠버클로를 사냥하려 들었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피와 불이 대지를 적시며, 전설은 더욱 왜곡되어 갔다.
엠버클로는 말이 없고,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 드루이드들은 그와 교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대지의 정령과 연결된 엘프 드루이드 ‘에일라’는 엠버클로를 ‘대지의 분노이자 희망’이라 불렀다. 그녀는 인간과 자연이 엠버클로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국 이그나록 전체가 불의 심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들은 극소수였지만, 그들은 새로운 숲의 수호자로 거듭났다.
이 존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재의 순환’**이라 불리는 힘이다. 엠버클로가 지나간 자리에는 모든 것이 타버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땅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인한 생명이 자라난다. 이는 단순한 불의 파괴가 아닌, ‘의도된 소멸’이자 ‘재생의 서곡’이었다. 엠버클로는 파괴와 창조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존재였으며, 그 철학은 많은 마법사와 사상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하지만 엠버클로는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그나록 곳곳에서 붉은 번개의 흔적과 타오른 발자국이 발견되며, 많은 이들이 그가 다시 활동을 시작했음을 예감하고 있다. 일부는 이것을 대재앙의 전조로, 다른 이들은 신성한 정화의 시작으로 해석한다. 누군가는 그를 없애려 하고, 누군가는 그의 뜻을 이해하려 한다. 선택은 갈라지고, 대륙은 다시금 혼돈의 문턱에 다다른다.
엠버클로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희생하면서 세상을 바꾸려 하는가?" 모든 것을 불태운 뒤에도 남을 가치가 있는가? 이그나록의 운명은 단순히 누가 더 강한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어떤 철학이 세상을 이끌 것인가에 달려 있다. 엠버클로는 그 해답이 불 속 어딘가에 있음을 조용히 타오르는 눈으로 말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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