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나록 세계관에서 가장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불의 생명체 중 하나로, “불가시(不可視)의 가시를 두른 불꽃의 맹수”라는 별명을 가진 존재다. 이 생명체는 단순한 불의 정령도, 고대의 야수도 아니다. 플레어쏜은 불꽃이 감정을 품고 진화한 결과로 태어난 **의식 있는 염수(焰獸)**이며, 분노와 슬픔, 갈망과 복수심 같은 강렬한 감정을 흡수해 점점 더 강해지는 형태의 생명체다. 그의 몸에서 피어나는 불은 형태가 일정하지 않으며, 특히 전투 중에는 마치 가시처럼 튀어나오는 화염의 창이 온몸을 뒤덮는다.

플레어쏜의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학자들 사이에서는 오래전 불크란이 대지를 태우던 시기에 태어난 불의 잔재가 감정에 의해 오염되어 자가진화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동부 폐허지대 ‘카스 리어스’에서였다. 그곳은 수백 년 전 대전쟁으로 인해 불모지가 된 지역으로, 한때 수많은 병사들이 억울하게 죽어간 땅이기도 하다. 플레어쏜은 이 죽은 자들의 분노와 절규에 끌려 나타났으며, 처음에는 하나의 짐승처럼 보였지만, 이후 지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플레어쏜은 불에 의해 죽지 않으며, 오히려 다른 불의 존재들을 흡수하거나 동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는 것이다. 파이락시스의 사제들은 플레어쏜을 “불의 이단”이라 부르며 경계하고, 신다리온을 따르는 자들은 그를 “타락한 화염”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몇몇 이들은 플레어쏜이야말로 불의 진실된 얼굴, 즉 통제할 수 없고 순응하지 않는, 자유로운 불꽃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플레어쏜은 신이 아니라 해방자다.

플레어쏜과 직접 마주한 생존자들의 기록에 따르면, 그의 눈은 단순한 야수의 눈이 아니라 깊은 지성을 담고 있었으며, 인간의 언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감정은 명확히 전달되었다고 한다. 그는 고통을 이해하고, 복수를 원하며, 억압받는 자들의 감정을 불태움으로써 해방시키려 한다. 이 때문에 반체제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플레어쏜의 불길”**이라는 저항 상징이 생겨났고, 암암리에 그의 귀환을 기다리는 이들도 생겨났다.

최근, 이그나록 남부에서 플레어쏜과 유사한 불꽃의 형상이 목격되기 시작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륙 곳곳에서 억압과 고통을 겪는 지역마다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고, 고대 문헌에서는 이를 “가시불꽃의 순례”라 표현한 바 있다. 어떤 이는 이것이 대재앙의 전조라고 하고, 또 다른 이는 불의 정화가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플레어쏜은 선택받은 존재가 아니며, 그 누구의 명령도 따르지 않는다. 그는 오직 감정과 진실, 그리고 불이 갈망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뿐이다.

플레어쏜의 존재는 이그나록의 다른 불의 존재들과 근본적인 철학적 대립을 이룬다. 그는 신성을 거부하고, 질서를 부정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해방’을 실현한다. 만약 그가 이그자일의 파괴성과 신다리온의 지혜를 모두 흡수하게 된다면, 이그나록의 불의 균형은 완전히 무너질지도 모른다. 지금, 대륙은 묻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불을 피우는가?” 그리고 그 질문의 가장 날카로운 가시가, 바로 플레어쏜의 불꽃 속에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