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기록에서도 거의 언급되지 않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그는 빛이 닿지 않는 세계의 이면에 살며, 모든 비밀과 진실의 끝자락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심판자이다. 그의 이름은 ‘감춰진 자’ 혹은 ‘어둠 그 자체’라는 의미로 해석되며, 그를 본 자는 기억에서조차 그 존재를 지워버린다고 한다.
옵스큐리온은 형체를 갖지 않으며, 검은 연기와 그림자의 흐름으로만 인식된다. 그러나 그가 가까이 있을 때 느껴지는 냉기와 정적은 절대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어떤 전승에서는 그의 눈이 수천 개의 세계를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졌다고도 전하며, 숨겨진 진실이나 금단의 지식을 탐하는 자들에게 경고로 나타난다고 한다.
과거 수많은 문명들이 그를 연구하려 했지만, 옵스큐리온에 대한 탐구는 언제나 폐허로 이어졌다. 그의 존재를 억지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재앙을 부르며,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때문에 오래된 종교나 밀교에서는 그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로 여긴다.
하지만 어떤 학파에서는 옵스큐리온을 단순한 파괴자가 아니라 ‘균형의 수호자’로 본다. 그는 혼돈과 질서, 빛과 어둠의 경계에 서 있으며, 세계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의 심판은 냉혹하지만 공정하며, 그것이 바로 우주의 본질을 지키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현대에는 옵스큐리온을 모티브로 한 예술 작품이나 소설, 신비주의 사상이 퍼지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알아서는 안 되는 것과, 무지의 평화가 때로는 가장 큰 축복일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옵스큐리온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아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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