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을 들면 언제나 창밖에 빗소리가 따라왔다.
누군가는 우연이라 했고, 누군가는 슬픔이 깃든 재능이라 불렀지만
그녀는 그저 자신의 마음을 적을 뿐이었다.
마음을 적을 때마다, 세상은 함께 젖어갔다.

사람들은 그녀의 글을 좋아했다.
조용한 문장, 젖은 단어, 묵묵한 감정의 흐름.
읽는 이들의 마음속에 조용히 스며드는, 마치 빗물 같은 이야기.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그녀가 그 글을 쓸 때마다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비가 내리는 건, 그녀 안의 무언가가 흘러넘친다는 증거였다는 것을.

어린 시절, 그녀는 말을 아꼈고 눈물을 더 많이 흘렸다.
누군가가 떠나간 날, 그녀는 처음으로 글을 썼다.
그 글 위에 떨어진 눈물은 처음엔 투명했지만, 점점 잉크처럼 번졌다.
그 이후로 그녀는 울지 않았다. 대신 글을 썼고, 세상엔 비가 내렸다.
그녀만의 방식으로 아픔을 흘려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글에서 비가 멈췄다.
마지막 문장을 찍은 날, 세상은 맑았다.
비 대신 햇살이 들었고, 그녀는 오랜만에 창문을 열었다.
글 속의 그늘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비를 쓰던 소녀는, 비를 멈추는 법도 배운 것이다.

이제 그녀는 가끔 비를 그리워한다.
하지만 다시 쓰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 시절의 자신을 이해하고, 다정하게 보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비가 아니라 햇살과 바람을 쓰고 싶다고 웃는다.
그 웃음이, 그녀가 쓴 가장 따뜻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