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 줘요.” 마냥 가여웠던 소녀가 자라나 여인이 되었다. 제게는 독이 되었다. 삼키고 나면 내장이 다 녹아내릴, 코끝에서만 달콤한 독. “제정신이야? 너, 내가 대체 누구로 보여?” “은소미로 안 되면, 은이희라고 생각해요. 엄마랑 나, 쌍둥이처럼 닮았잖아요.” 꿈에서도 이루어져선 안 될 소원이었다. 반평생 저를 삼촌이라 부르던, 까마득히 어린 그녀를 수컷으로 욕정하는 것 따위는. “두 번은 없다는 거, 네가 한 말이니까 반드시 지켜야 할 거야.” 사랑하는 연인처럼 품지 않을 것이다. 꿈에서도 추억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하룻밤. 은소미의 허황된 낭만을 포기시키는 데는 넘치게 충분할 시간이었다.
의료 사고의 트라우마로 매일 똑같은 악몽에 시달리는 정하.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어도 지독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던 어느 날,달콤하고 아름다운 남자가 악몽 대신 나타나 황홀한 하룻밤을 선사한다. 낭패한 기분으로 눈뜬 아침, 병원에서 꿈속 남자를 마주치고 마는데…….“좀 전에는 죄송했습니다. 새로 오신 대표 원장님이신 줄은 모르고, 아는 사람을 좀 닮아서 놀랐거든요.”“달아날 정도로 놀라는 걸 보면, 그 아는 사람이랑 잠이라도 잤나 봅니다.”그런데 이 남자, 병원에 새로 부임한 순간부터 정하의 삶을 미친 듯이 파고들기 시작한다. 어느 밤 갑자기 나타나 정하의 꿈을 잠식한 그 남자처럼.* 이 작품은 15세로 개정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