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이 철철 흘러넘쳤던 첫사랑. 그래서 그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다.그렇게 겁 없이 시작했던 관계가 내 목을 끊임없이 옥죄어 오고 있었다. 지독히도 얽히고설킨 관계였다.윤의 입이 열렸다.“그만하고 싶어요.”“뭘?”수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이 있는 곳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이 관계요. 우리 이제 그만해요.”와이셔츠를 걸치고 단추를 채우던 수호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췄다.둘의 눈이 마주쳤다.“다시 말해 봐.”윤의 표정은 수호의 눈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보였다.“우리 이제 그만해요. 이제 선배랑 그만하고 싶어요.”윤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왜…….”수호는 윤의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더럭, 두렵다는 감정이 들었다. 이때껏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기괴한 감정이었다.윤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선배가 더 잘 알 텐데요.”마지막 말 역시 담담하게 꺼냈다.윤은 이별을 고하는 사람답지 않았다. 마치 잘 가, 내일 봐. 또 다음을 기약하는 사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