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희
문선희
평균평점
집사의 조건

샤워를 하고 나와 얼음을 가득 채운 유리잔에 브랜디를 따라 놓은 뒤 LP판을 틀어야 하는 남자. 모든 것이 깨끗해야하고 정확한 루틴을 지켜야하는 이안은 완벽주의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어느 날 이러한 이안의 일상에 파편 같은 여자가 날아와 꽂혔다.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천성이 게으른 사람 민지호.모든 것이 완벽해야하는 남자와 되는 대로 사는 자유로운 영혼의 여자.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 의외로 달달하다?“그쪽입니까? 지금까지 이 집을 드나든 도둑고양이가?”그녀가 이 집에서 저지른 만행을 생각하니 도저히 관대한 태도로 나갈 수 없었던 이안은 더욱 냉담하게 물었다.“말을 할 줄 모릅니까? 아니면 할 말이 없는 겁니까?”두 번째 물음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자 이안은 소파에서 일어나 여자의 앞으로 다가가 마주 보고 섰다.“그쪽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겠지만, 나는 그쪽한테 들어야 할 말들이 꽤 많아서 말이죠. 계속 그렇게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을 겁니까?”지호는 현재 두뇌 풀가동 상태였다.이번 주만 잘 버티면 아무 일 없이 퇴원한 엄마와 바통터치를 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어이없게 들켜버리다니…

하이, 스트레인저

내일 없이 오늘만 살 것처럼 겁 없는 여자 여도경.어느 날 그녀는 낯선 집에서 눈을 뜬다.더욱 큰 문제는 이 빌어먹을 공간에, 낯선 남자인 유준과 함께라는 사실이었다.“Hi, Stranger. 여긴 어떻게 들어왔냐?”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잡는 쿨한 남자 민유준.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도경을 주거 침입한 ‘꽃뱀’으로 몰게 되고….하룻밤의 실수로 범죄자 취급까지 받게 된 도경은‘다신 저 미친놈과 엮이지 말자’ 다짐하지만,그 다짐이 무색하게 도경에겐 또 다른 시련이 닥쳐오는데….소담출판사 편집자인 도경에게, 미국에서 활동하는 현재 가장 핫한 추리 소설가JUNE과의 계약을 따오라는 명령이 떨어진다.하지만 도경이 알게 된 JUNE 작가의 정체는 다름 아닌 그 남자, 민유준.“X발, X됐다…….”말도 안 되는 우연으로 악연을 맺게 된 두 사람.하지만 계속 되는 대환장 모먼트 속에서 미운 정이 싹트기 시작하는데.악연에서 인연은 한 끗 차이라더니,어쩜 우연과 악연 모두 계산된 인연은 아니었을까?그렇게 낯선 사람들의 익숙치않은 로맨스가 시작된다.

바람, 바람, 코로나19

<바람, 바람, 코로나19> 198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부문 당선으로 등단한 문선희 작가의 첫 소설집. 이번 소설집에는 월간 《문예사조》 소설 신인상을 받았던 작품 「긴 복도가 있는 미술관」을 포함하여, 작가의 연륜과 진심이 깃든 총 8편의 작품을 담았다. 전염병이 세상을 휩쓸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문선희 작가는 이런 세태 속에서도 인간의 내면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그의 소설은 각박한 현실 아래 상실되어 가는 절대가치의 회복을 주장한다. 때로는 일상 속에서, 때로는 특별한 사건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발견하고 삶의 긍정적인 부분을 환기한다. 지친 현대인에게 사람과 사람 사이 이루어지는 소통의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표제작 「바람, 바람, 코로나19」는 어느덧 우리의 일상이 된 코로나19의 광풍 속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주부의 삶을 그린다. 재난 속에서도 삶은 지속되고, 혼자가 가장 안전한 상황이더라도 내 옆의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는 건 바뀌지 않는 진실이다. 소설은 코로나19가 드러낸 세상의 민낯을 꼬집으면서도, 봄을 데려오는 ‘우아한 바람’의 존재를 역설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해야 함을 깨닫게 한다.

장다리꽃

<장다리꽃> 해장 전부터 전쟁 발발 10년 뒤까지 15년 간이라는 긴 시간을 끌고 가면서 영아라는 아이의 성장사는 물론 해방 전후 및 6.25 전쟁, 그리고 그 뒤 혼란했던 우리의 현대사를 바탕으로 각각의 시기에 이 땅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양한 인생사를 통해 들려준다. 그리고 이러한 인물 군상들을 통해 오늘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