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연. 이렇게 예쁜 이름을 두고 그때 뭐라고 했지?”도쿄에서 휩쓸렸던 하룻밤, 그리고 5년 후.강렬한 일탈의 기억만 남기고 헤어졌던 남자가 절대 갑이 되어 나타났다.글로벌 재벌가의 후계자, 제이슨 싱클레어.“작업하는 꼴을 봐도, 그날 밤 즐길 거 즐기고 그냥 내빼는 꼴을 봐도, 어떤 인간인지 알 만하네.”그녀와의 재회를 반가워했던 남자는 아이가 있다는 말에 돌변하더니 뒤틀린 말로 시연의 속을 긁는다.“비즈니스 파트너에게 무례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건 잘 돼먹은 인성에 참 좋은 사업 수완이고요?”한 푼이 아쉬운 입장임에도 시연은 제이슨 저 남자에게만은 자존심을 꺾고 싶지 않다.너 대체 뭐야. 거슬려 진짜.그동안 계속 잊지 못하고 그녀의 가짜 이름을 쫓았던 제이슨은 시연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하는데.“아이 아빠는?”“없어요.” “그럼 잘됐네. 그 자리 나는 어때?”미련은 지난 5년으로 충분해. 시연을 곁에 두기 위해 제이슨은 저돌적으로 다가가고.“내 아들이에요. 당신은 앞으로도 상관없는 사람이라고.”혼자 아이를 키우며 상처를 감내하던 시연은 있는 힘껏 제이슨을 밀어낸다.“시연아. 제발. 한마디만 해줘.”계약서에 도장 찍을 때 갑이었지만.“우린 같은 세계에 있다고. 송시연.”더 간절하고 절박한 사람이 을이다.하지만 마음이 닫힌 시연은 좀처럼 그를 마주하기 어렵다.어쩌면 처음부터 예감했을지 몰랐다.제이슨이 평범하게 살아가던 시연의 세상을 흔들고야 말 거라는 걸.운명의 파도에 휩쓸린 제이슨과 시연.그들이 닿을 곳은 둘이 함께할 낙원일까, 이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