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입니까.”존대와 반말이 섞인 말에 경아의 표정도 굳어졌다.순식간에 달라진 표정 또한 완전히 화가 나 있었다.“동정이라는 값싼 감정에 휘둘릴 만큼 내가 한가한 놈으로 보이냐는 소리입니다.”무섭고 화가 난 음성과 눈빛이었다. 불쌍하냐고 물어본 것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제가 먼저 누군가를 닮았다고 말해 놓고 왜 화를 내는 것일까? 동정이라고 해도 상관없는데. 연민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입술 깨물지 말고 똑바로 대답해요.”“…….”“지금 당신 인생에 있어서 꽤 중요한 순간이야. 적어도 나란 놈이 널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순간이라고.”*15세로 개정한 버전입니다.
“차라리 호텔에서 했던 것처럼 하룻밤 자자고 해요.” 부모님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잃고 결국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까지 버려야 했다. 무너질 대로 무너져 더는 내려놓을 것이 없었던 그녀 앞에 강렬한 눈빛을 가진 남자가 나타났다. “연애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거절하는 말에도 강준도는 전혀 타격받지 않았다. 연애는 혜정의 발목을 붙잡을 뿐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렇게 거부하려 했지만. “정말 나 밀어 내고 싶긴 해?” 싸늘한 침묵이 서로를 갈랐다. 바짝 앞으로 다가온 강준도는 열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주혜정 씨 진짜 날 밀어 내고 싶긴 한 거냐고. 고작 이런 이유를 대면 내가 물러설 거라 생각했어?” 존대와 반말이 섞인 강준도의 말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혜정 씨는 혜정 씨 맘대로 해요. 난 내 맘대로 할 테니까.” “…….” “연애가 설득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머리로 하는 것도 아니니. 우리 서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합시다.” 남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수없이 베이고 상처받은 혜정의 속을 알기라도 하는 듯, 눈물로 젖어 있는 그녀의 가슴을 위로하려 들었다. “난 아직 당신을 보면 떨려요.”
“일단 자 보고, 별로면 다시 제자리.” “네 맘대로 해, 절대 별로일 리 없으니까.” 소유욕으로 달아오른 그 눈은 자신이 알고 있던 친구의 눈이 아니었다. 십일 년 전 자신이 뿌리쳤던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승표의 입술을 겹치며 단 숨을 내뱉었다. 집어삼킬 것처럼 굴더니 돌연 멈추고는 야한 미소를 흘렸다. “말했지만, 난 어디 안 가.” 죽어도 안 가, 라는 말이 서로의 입속에서 묻혔다. 눈을 뜬 세인이 키스하는 승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너무도 잘생긴 남자가 눈을 뜨고 완전히 달아오른 목소리로 물었다. “내 얼굴 좋아?” 세인은 몽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내 얼굴 좋아해서.” 세인을 안아 든 승표가 키스해 왔다. 뜨거운 손가락으로 단단히 그녀의 몸을 받친 그가 세인을 끌어안으며 섹시하게 웃었다. “좋아해. 김세인.” 이미 알고 있음에도 세인의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나 너 진짜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