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홍
유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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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의 숲

그는 순간의 숲에 있다.사랑하는 여자를 제 송곳니로 죽였던 순간, 그녀의 마지막 심장 뛰는 냄새를 맡은 순간.죽지 않고선 빠져나올 수 없는 그 순간들의 숲에, 죽지 못해 갇혀 있다.그녀는 방황의 숲에 있다.부모님을 잃고부터 잠 못 이루는 새벽이 모여 방황의 숲이 됐다. 새벽마다 그 숲을 걷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그들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서로다.순간의 숲에 갇힌 그를 구할 수 있는 건 그녀의 방황이다. 방랑자가 뜻밖의 탈출구로 안내해줄지도 모르기에.방황하는 그녀에게 길을 알려 줄 수 있는 건 그의 순간들이다. 방향을 상실했을 땐 누군가 세워둔 지표가 필요한 법이기에.그들은 숲에서 만나야만 한다.

미래를 보는 그가 말하길,

“아저씨, 정체가 뭐예요?”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한 사람이기는 했다.초면에 대뜸 학교를 바꿔야겠다는 게 인사로선 적절치 않았으니까.4차원 같은 모습이 수상하더라니, 그는 내게 닥칠 위협을 먼저 알고 있었다.괴한의 위협으로부터 나를 떨어뜨려 놓았고, 교통사고까지 막았다.생각해 보면 그는 많은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내가 엄마 유언장을 들고 찾아갈 것도, 기어이 우리가 동거하게 될 것도.“난 미래를 봐.”피할 수 없는 운명에 맞닥뜨리게 될 것 또한.미래를 보는 그가 말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