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순간의 숲에 있다.사랑하는 여자를 제 송곳니로 죽였던 순간, 그녀의 마지막 심장 뛰는 냄새를 맡은 순간.죽지 않고선 빠져나올 수 없는 그 순간들의 숲에, 죽지 못해 갇혀 있다.그녀는 방황의 숲에 있다.부모님을 잃고부터 잠 못 이루는 새벽이 모여 방황의 숲이 됐다. 새벽마다 그 숲을 걷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그들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서로다.순간의 숲에 갇힌 그를 구할 수 있는 건 그녀의 방황이다. 방랑자가 뜻밖의 탈출구로 안내해줄지도 모르기에.방황하는 그녀에게 길을 알려 줄 수 있는 건 그의 순간들이다. 방향을 상실했을 땐 누군가 세워둔 지표가 필요한 법이기에.그들은 숲에서 만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