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안
이수안
평균평점
한 꺼풀 벗겨보면

엄마를 떠난 보낸 날, 첫사랑이 돌아왔다.“조심해.”허공을 향해 허우적대던 창백한 손이 홀연 제 시야에 들어온 옷깃을 움켜잡자 재혁이 말했다.낮고 평온한 숨소리에 재신의 온몸이 곤두섰다. 급하게 손을 거두며 허둥대는 재신의 가는 팔을 재혁이 붙잡았다.“……!”화들짝 놀란 얼굴로 뒷걸음치려는 찰나 남자는 살이 파고들 정도로 손아귀에 힘을 꽉 줬다.“내가 온 게 반갑지 않은가 봐?”뿌리치려는 팔을 꽉 잡은 채 재혁이 다가섰다. 바짝 마주 선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운이 흘렀다.PW 그룹 전략기획본부 본부장이자 투자 계열사인 JH 파트너스 대표 강재혁.가족이 되고 싶었던 남자.과거, 열여섯 서재신은 엄마와 함께 떠돌다 재혁의 집에 안착하게 되었다.가족이 생긴다는 기쁨도 잠시.“오빠는 무슨 오빠.”길길이 날뛰며 반대하는 재혁에게 재신은 상처를 받았다.그리고 지금.재혁은 두 사람을 가로막고 있던 선을 거침없이 싹둑 잘라버린다.“실수였어요. 제정신이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고요.”“누가 실수래?”잘생긴 얼굴이 일그러졌다.서재신, 너 때문에 미치겠다.“다시는 내 눈 피하지 마. 다른 놈 보고 웃지도 말고.”질투심을 한껏 드러낸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처럼 떨리는 동공을 보며 재혁이 씩 웃었다. “십 년을 넘게 참았으면 충분하잖아. 안 그래?”도자기같이 매끄러운 뺨을 손등으로 쓰다듬으며 그가 중얼거렸다.“어떻게 보상할래?”[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

시커의 영역

<시커의 영역> 할머니와 엄마로부터 이어져온 계보 탐색과 여성 연대 안에서의 치유 그리고 마법 같은 내면의 힘을 인식하게 되는 이야기 『시커의 영역』은 주인공 ‘이단’과 ‘봄의 마녀 모임’의 유일한 동양인 마녀이자 타로점집을 운영하는 ‘이단’의 엄마 ‘이연’ 그리고 ‘이연’의 양어머니인 마녀 ‘키르케’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마녀의 일생의 지혜가 담긴 소중한 기록인 ‘그림자의 서’를 통해 ‘이단’은 할머니부터 엄마에게로 이어져온 마녀의 삶에 대해서 이해하게 된다. 마녀로서의 삶은 운명이 아니라, 그런 삶을 살기로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걸. “이단, 마녀가 되고 싶다면 언제든 될 수 있어. 마녀의 삶을 살겠다고 선택하면 되는 일이야. 다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려면 신중해야 해. 나는 네가 선택한 카드를 읽어주는 사람일 뿐이야.” _140쪽 그건 마녀로서의 삶뿐만이 아니다. 엄마 ‘이연’은 간절한 바람이나 골치 아픈 문젯거리를 안고 자신을 찾아오는 시커들에게 타로점을 봐주면서, 자신은 “그들이 지목한 미래의 한 장면을 특별한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뿐”이며 “점괘를 받아들일지 말지 선택하는 것은 시커의 영역이지 리더의 관할”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시커의 영역’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자기 내면의 고유한 영역이라는 것을 ‘이단’에게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