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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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청구연애

“저, 돈 필요해요.”손이 바들바들 떨렸다.“양육비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니, 법적으로 주셔야 하잖아요.”5년 전 날 가졌던 남자, 동시에 무참하게 짓밟아버렸던 그 남자를.내 발로 직접 찾아가게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내 앞의 그 남자는, 알 수 없는 눈으로 날 바라볼 뿐이었다.“평생 숨어서 살게요. 저랑 희아 존재, 선배한테…. 그리고 차강그룹에 절대 폐 끼치지 않도록. 철저하게 숨어서 살게요.”5년 간 그랬 듯이. 도심의 쥐처럼 숨어서 살 작정이었다.그는 나와는 너무나 다른 세상의 사람이었으니까.그리고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실도, 알고 있었으니까.“숨어서 살 거라니. 내 아이까지 있는 여자가.”그러나 남자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그는 나른한 눈을 싱긋 접으며, 여유롭게 다가오고 있었다.“그건 싫은데.”남자의 눈이 섬칫하게 빛났다. 기다랗고 큰 손이 턱끝에 닿았다.“선배, 미쳤어요?”“미친 건 너야, 우경서.”이상하게도 그 눈빛은 묘하게 흥분된 것 같았다.“5년만에 내 아이가 있다고 나타나선.”“…….”“나한테 돈만 요구하는, 니가 미친 거라고.”

개의 사정

“네가 나한테 바랐던 건 밤일해 주는 개 노릇이었잖아. 네 작품 사주는 사장님 노릇 말고.” 도예가인 은형이 주문받은 도자기를 전달하러 호텔로 간 날, 깨달았다. 이 모든 건 권태혁의 덫이었다는 걸. 그의 집요한 시선이 아이에게 닿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사실 난, 그게 내 새끼든 아니든 상관없어. 내가 너 작가 놀음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동안 넌 내 소유잖아. 그럼 그동안 네 애도 내 거라고. 알아들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저를 경멸하는 태혁에게 엉겁결에 그의 형을 좋아한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 제 어머니가 그의 아버지의 첩이었다는 사실? 그럼에도 바보처럼 그와 몸을 섞고 그의 아이까지 몰래 낳아 키운 것? “당신에게, 뭘 바랐던 적은 없어요.” 쨍그랑! 그때, 도자기를 박살 낸 태혁이 은형의 숨통을 움켜쥐었다. “난 네가 원하는 대로 개처럼 굴어도 줬고, 빌어먹을 대체품 짓거리도 착실하게 해줬는데.” “…….” “이제 와서 넌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하시네.” 겁에 질린 은형을 보며 태혁이 비열한 미소를 짓던 그 순간. “좀 너무하다, 사람 상처받게.” 은형은 다시금 지옥에 떨어졌다.

계약 남편의 불순한 짓

“말해줘요, 어젯밤에 날 음미한 소감.”자학처럼 지샜던, 남자와의 하룻밤. 푸른 눈을 빛내던 그 남자의 움직임은 꽤 저돌적이었다. 뱃속에서는 쌍둥이 오빠가, 신혼여행 길에서는 남편이 죽었다. 이후 남자 잡아먹은 괴물이라는 수식어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던 여자, 현수안.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온 이름 모를 이 남자. “나는 좋았어요. 생각보다 현수안 씨, 더 취향이었거든.” 느른한 저음을 뒤로하고, 수안은 도망치듯 호텔을 빠져나갔다. 다시는 볼 일이 없으리라 생각하며.그런데…….“정당한 이유 없이 부부관계를 거부하는 행위는 이혼 사유라는 것. 잘 알고 있겠죠.”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우리 속궁합도 잘 맞았던 것 같은데.”단 하룻밤 상대가 결혼 계약을 제시하는 것도.어떻게든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몰아치는 절망에 결국 수안은 그 남자의 계약에 응하게 되고……. 그는 벗어날 수 없는 속박으로 수안을 옥죄기 시작한다.“네 남편은 이제 나야.”당혹스러움으로 굳어버린 그녀에게, 남자는 숨겨두었던 발톱을 드러냈다.푸른 눈은 정염으로 일그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