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리
전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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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짜 남편에게

8년 동안 만난 남자를 호텔 로비에서 마주쳤다.“지금 여기서 뭐 해?"“뭐하긴. 여자랑, 단둘이, 호텔에서 하는 짓이라고는 뻔하지.”그렇게 헤어졌다. 허무하고, 잔인하게.그리고 4년 후, 맞선 자리에서 그를 만났다. “유도진 대표입니다.”4년 만에 만난 유도진은 나리가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빌어먹게도.“…지금 장난해? 우리가 선 볼 사이니?”“우리라고 못 할 건 없지 않나? 아직까지 미련 남은 것도 아닐 텐데.”도진의 도발에 나리가 주먹을 꽉 쥔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하지만 대표님과 겸상을 하려니 영 비위가 상하네요. 먼저 일어나는 대신, 밥은 제가 사겠습니다.”나리가 테이블 위에 현금을 흩뿌렸다.*“도진이와 결혼 하거라. 죽기 전 마지막 부탁이다.”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의 간곡한 부탁. 빌어먹을 유도진이라도,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면... “결혼해. 그리고 이혼하자.”“넌 결혼이 쉬워? 이혼이 쉽냐고.”“어, 쉬워.”“후회할 텐데.”도진이 바짝 다가왔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자칫하면 입술이 닿을 정도로.“글쎄.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나리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