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너울
정너울
평균평점
집착하고, 복종하다

“제가 무서워요? 제가 무서워서 이러는 거죠?” 대한민국에서 내놓으라는 대기업, H사의 대표 김기태가 입술을 바르르 떨며 꺼낸 말이었다. 수정이 그런 기태의 눈을 피하며 말하였다. “제발, 제 말 좀 들어요. 이제 서로 잊자고요.” “왜요? 제가 말 걸어서 그래요? 이렇게 보고만 있을까요?” 외모나 경제적으로나 흠잡을 거 없는 그가 여자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한때 대기업에 준하는 식품회사의 막내딸로 부러움을 살았지만 이제는 별 볼 일 없는 여자였다. “수정 씨, 저 아직 이용할 가치 있잖아요. 제 돈도, 명성도 이용할 만하잖아요. 그것도 싫으면 제가 싫은 만큼 괴롭혀주세요. 말로 상처 주고 복수해도 돼요.” 김기태라는 남자 때문에 나락에 떨어져, 가지고 있는 거라고는 트라우마 밖에 없는 여자. 기태가 그 여자 앞에 무릎까지 꿇었다. 수정의 손을 붙잡으며 간절하게 외쳤지만 그녀가 그 손을 뿌리치고 말았다. “제발 저 좀 내버려두세요. 집에 좀 가게 해달라고요!” 아무리 도망쳐도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녀는 그의 집착에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