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수선화
노랑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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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의 황후가 되었다

“카시엘로페 클레멘스를 나의 황후로 삼겠습니다.”클레멘스 제국의 새로운 황제, 레지스 에우리엘.그가 선택한 황후는 다름 아닌 자신의 손으로 황제의 자리에서 끌어내린 폐황제 카시엘로페 클레멘스였다.“있잖아, 레지스. 너랑 있으니 전장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아.””로페가 그렇다면 나도 그래.““그래서 말인데. 내 황후가 되어줄래, 레지스? 나랑 혼인하자.”믿을 수가 없었다. 입버릇처럼 내뱉던 고백이 잔혹한 검이 되어 제게 날아올 줄은.“고분고분하게 몸을 내어드리겠다는데 말리시는 연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절 품으세요, 폐하.”카시엘로페가 온정 하나 없는 눈으로 레지스를 올려다보았다. 원망도, 분노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의무를 해내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처럼 사무치도록 냉정한 얼굴이었다.***“후궁 간택을 진행하도록 하지요. 모두가 알다시피 나는 많은 전쟁을 참여한 탓에 몸이 성하지 않아 회임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레지스가 부정하듯 고개를 내저었으나 카시엘로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도리어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린 채 레지스를 바라보았다.“왜 그런 표정을 지으십니까, 폐하. ‘황후’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니 그런 표정은 마세요.”네가 내 자리를 뺏은 대가야, 레지스.레지스 에우리엘. 저 남자는 고통스러워야 한다. 비참해야 한다. 자신의 전부를 빼앗을 때는 그만한 각오를 해야만 했다.전부 빼앗을 것이다. 그의 전부가 자신, 카시엘로페 클레멘스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다짐했다.레지스에게서 자신을 빼앗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