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엘로페 클레멘스를 나의 황후로 삼겠습니다.”클레멘스 제국의 새로운 황제, 레지스 에우리엘.그가 선택한 황후는 다름 아닌 자신의 손으로 황제의 자리에서 끌어내린 폐황제 카시엘로페 클레멘스였다.“있잖아, 레지스. 너랑 있으니 전장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아.””로페가 그렇다면 나도 그래.““그래서 말인데. 내 황후가 되어줄래, 레지스? 나랑 혼인하자.”믿을 수가 없었다. 입버릇처럼 내뱉던 고백이 잔혹한 검이 되어 제게 날아올 줄은.“고분고분하게 몸을 내어드리겠다는데 말리시는 연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절 품으세요, 폐하.”카시엘로페가 온정 하나 없는 눈으로 레지스를 올려다보았다. 원망도, 분노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의무를 해내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처럼 사무치도록 냉정한 얼굴이었다.***“후궁 간택을 진행하도록 하지요. 모두가 알다시피 나는 많은 전쟁을 참여한 탓에 몸이 성하지 않아 회임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레지스가 부정하듯 고개를 내저었으나 카시엘로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도리어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린 채 레지스를 바라보았다.“왜 그런 표정을 지으십니까, 폐하. ‘황후’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니 그런 표정은 마세요.”네가 내 자리를 뺏은 대가야, 레지스.레지스 에우리엘. 저 남자는 고통스러워야 한다. 비참해야 한다. 자신의 전부를 빼앗을 때는 그만한 각오를 해야만 했다.전부 빼앗을 것이다. 그의 전부가 자신, 카시엘로페 클레멘스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다짐했다.레지스에게서 자신을 빼앗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