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의 여름, “다 괜찮아질 거야.” 그 여름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햇빛처럼 따스한 너의 우주가 하나의 소행성인 나를 받아 준 걸까. 어느새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됐다. 별똥별처럼 너에게 쏟아지는 내 마음을 피해 도망가듯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네가 사라졌다. 계절의 푸름을 간직하던 너는 한여름 밤의 꿈처럼 내게서 아득히 멀어져 갔다. 스물아홉의 겨울, “그동안 숨어 산 기분이 어땠어?” 넌 고요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난 매 순간이 지옥이었어.” 너무도 달라진 네게, 얼어붙은 것처럼 차가워진 너를, 그래도 나는 놓치지 않을 거라고. “나는 너 사랑해. 겨우 이 말 따위에 담을 수 없을 만큼 계속 사랑해 왔어.” 네가 내 말을 듣지 않아도 나는 전해야겠다고.
<주인공 소개글> 여주인공: 김하현 - 명사수로 이름을 날렸던 여인. 오랜 세월 독립을 위해 살아왔으나 해방 후 전쟁 트라우마 증상을 겪고 있다. 날카롭고 강인하며, 우직하고 선량하다. 그러나 스러질 듯 섬약한 면모도 가지고 있다. 남주인공: 목시우 - 한립중공업 부사장. 술과 향락에 빠져 사는 난봉꾼이라 소문이 자자하지만, 실은 바다와 배를 더 사랑하는 사내. 과거 독립운동가였으나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스스로를 숨기고 있다. <소개글> 술과 여인, 향락에 빠져 사는 난봉꾼 목시우. 그는 어느 날 낯선 여인과 조우한다. 과거 일발필중의 명사수로 이름을 날렸던 여인, 하현이었다. 시우는 하현에게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내 양아버지를 죽여 줬으면 해.’ 그의 오랜 염원이었다. 그 목적을 위해서만 살아왔는데, 어째선지 자꾸만 하현에게 마음이 쓰인다. ‘믿기지 않겠지만 당신이 첫사랑이야.’ 생애 첫 욕망이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장막처럼 드리운 슬픔을 거두고 오롯이 자신만이 그녀의 눈동자에 가득 들어차고 싶었다. ‘벅찰 만큼 사랑했어.’ 온갖 사랑할 거리는 다 안겨 주고 도망치려는 그녀에게 흠집을 입으면서도 이 사랑을 그만둘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내던져도 좋을 만큼 사랑하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