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게. 반드시 기억해낼 거다.” 그가 목소리를 짜내듯 힘겹게 말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이 밤에 별장에 가자고 하지만 않았어도 괜찮았을까. 선배한테 프로포즈 받고 들떠서 그런 걸까. 나와 지후 선배는 죽음을 맞이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였다. 우리는 육신에서 튕겨져 나와 화마에 사그러지는 육신을 지켜보았다. 너무 큰 충격에 눈물도 나오지 않았고, 황망함에 얼어붙었다. 그런 우리를 저승사자가 명계로 안내했다. 그리고 지금…. “난 괜찮아. 잘할 수 있어. 잘할게. 진짜야.” 마야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지후를 안심시켰다. 저승에서 만난 빙판관은 우리의 시간이 잘못되었음을 말하며 선택을 강요하고, 시간을 재촉했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다른 차원에서 선배가 나를 기억해준다면, 우리는 다시 현생의 삶을 이어갈 수 있다고…. “종신(終神)계약, 집행하겠습니다.” 선배가 나를 기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