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성향이 있고 자존감이 결여된 탓에 남자친구가 생길 미래를 상상으로도 그려보기 어려운 가연.
어느 날 채희가 남자친구 재준과 그의 친구 선규를 집으로 부르자 낯가림이 심한 가연은 방에 숨어 자는 척하는데…….
첫사랑인 오빠, 짝사랑하는 그 오빠.
너무 덥고 부끄러워서 숨길 수 없는 마음의 온도.
상자갑에 눈만 닿아도 마음이 아려서 먹지 못한 초콜릿.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더 생각나고, 또 생각나고, 자꾸 생각나는 얼굴.
비 오는 날 교사 현관에서 그와 마주치자 가연은 홀연히 어딘가에 뚝 떨어져, 오도 가도 못 하게 된 것 같았다.
“같이 쓰고 가. 너 버스에서 내려서도 꽤 걷잖아.”
“네?”
“씌워 줄게.”
서로 말 한 번 주고받아 본 게 다지만 벌써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처럼 스스럼이 없었다.
가연이 그냥 서 있는 동안 현관 지붕 밑으로 걸어간 그는 우산을 펴 든 채로 기다렸다.
가연은 떨려서 어질해질 것 같은 정신을 붙들고 우산 아래로 들어갔다. 둘은 함께 현관 계단을 내려갔다.
가연은 좋아하는 사람과 우산을 써서 마음이 떨리는 걸 진정할 새도 없이 그와 함께 걷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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