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밤의 위로

젖은 밤의 위로

“차라리 호텔에서 했던 것처럼 하룻밤 자자고 해요.”
부모님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잃고 결국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까지 버려야 했다.
무너질 대로 무너져 더는 내려놓을 것이 없었던 그녀 앞에
강렬한 눈빛을 가진 남자가 나타났다.
“연애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거절하는 말에도 강준도는 전혀 타격받지 않았다.
연애는 혜정의 발목을 붙잡을 뿐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렇게 거부하려 했지만.
“정말 나 밀어 내고 싶긴 해?”
싸늘한 침묵이 서로를 갈랐다. 바짝 앞으로 다가온 강준도는 열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주혜정 씨 진짜 날 밀어 내고 싶긴 한 거냐고. 고작 이런 이유를 대면 내가 물러설 거라 생각했어?”
존대와 반말이 섞인 강준도의 말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혜정 씨는 혜정 씨 맘대로 해요. 난 내 맘대로 할 테니까.”
“…….”
“연애가 설득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머리로 하는 것도 아니니. 우리 서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합시다.”
남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수없이 베이고 상처받은 혜정의 속을 알기라도 하는 듯, 눈물로 젖어 있는 그녀의 가슴을 위로하려 들었다.
“난 아직 당신을 보면 떨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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