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한테 바랐던 건 밤일해 주는 개 노릇이었잖아. 네 작품 사주는 사장님 노릇 말고.”
도예가인 은형이 주문받은 도자기를 전달하러 호텔로 간 날, 깨달았다.
이 모든 건 권태혁의 덫이었다는 걸. 그의 집요한 시선이 아이에게 닿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사실 난, 그게 내 새끼든 아니든 상관없어. 내가 너 작가 놀음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동안 넌 내 소유잖아. 그럼 그동안 네 애도 내 거라고. 알아들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저를 경멸하는 태혁에게 엉겁결에 그의 형을 좋아한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 제 어머니가 그의 아버지의 첩이었다는 사실? 그럼에도 바보처럼 그와 몸을 섞고 그의 아이까지 몰래 낳아 키운 것?
“당신에게, 뭘 바랐던 적은 없어요.”
쨍그랑!
그때, 도자기를 박살 낸 태혁이 은형의 숨통을 움켜쥐었다.
“난 네가 원하는 대로 개처럼 굴어도 줬고, 빌어먹을 대체품 짓거리도 착실하게 해줬는데.”
“…….”
“이제 와서 넌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하시네.”
겁에 질린 은형을 보며 태혁이 비열한 미소를 짓던 그 순간.
“좀 너무하다, 사람 상처받게.”
은형은 다시금 지옥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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