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눈썹을 내려,
반의반도 드러내지 않은 남자의 눈동자는 서늘했다.
흘러내린 흑발의 머리카락이 상당히 퇴폐적인 남자였다.
“……저, 저기. 죄송한데요.”
“쉿.”
입술 위를 지긋이 막아선 손끝은 단호했다.
여기서 물렀다간,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이.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푸는 것조차 성에 차지 않아 다 뜯어내 버릴 성격의 남자치고, 제 머리칼을 넘겨주는 손짓은 한없이 다정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그래도……, 후회하지 않으시겠어요?”
여자는 뱉어놓고 후회했다.
그 말인즉, 제가 제게 하고픈 말이었으니까.
바람결에라도 밀리면 닿을듯한 거리.
아슬아슬하게 맞닿은 남자의 입술이 슬쩍, 조소를 흘렸다.
“나는 후회 따위, 해 본 적 없는 사람이라.”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표정이 전혀 읽히지 않는 얼굴이 그랬다.
6개월, 길어야 1년짜리 계약 부부.
남자가 제안한 조건은 그의 외양만큼이나 깔끔했다.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묻죠.”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힘이 실렸다.
“해, 말아.”
너무 늦은 깨달음이었다.
도망치기에도, 물리기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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