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누나를 죽음으로 몰고 간 윤정호와 그의 여동생 윤해수.
신혁은 배덕한 그들을 단죄하기 위해, 윤정호의 목숨을 미끼로 윤해수에게 계약 결혼을 제시한다.
“……왜 이러는 건데요?”
“그 새끼한테 판다고 답이 나올까?”
오빠와 집안을 살리기 위해 돈 많은 인간쓰레기와의 선 자리.
그곳에서 저를 구해 준 남자는 놀랍게도 차신혁이었다.
“밑 빠진 독이야. 해수야.”
언뜻 다정한 목소리였다. 그 밑을 빼 버린 이의 말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내가 말이야. 할 수 있는 건 다했거든. 네 아버지 회사도 망가트렸고, 윤정호도 병원에서 쫓겨나게 했고.”
하나뿐인 오빠의 목숨이 위태로운 지금도.
“그런데도 여전히 잠이 안 와. 잠을 못 자니까 대가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기분이 종일 더럽거든.”
그는 아직 끝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럼 뭘 해야 할까 생각하는데… 네가 생각나더라고.”
신혁이 웃었다. 목덜미가 서느레지는 웃음이었다.
“윤정호가 가방에 매다는 인형처럼 달고 다녔던 너 말이야.”
“…….”
“그래서 내가 사줄까 하고.”
해수를 보는 신혁의 입꼬리가 기묘하게 올라갔다.
“너 오늘 팔러 나왔잖아.”
더는 물러설 곳 없는 지옥의 끝에서 그가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오빠가 죽어야 끝이 나는 결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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