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후유증으로 알코올을 들이붓다 처음으로 필름이 끊긴 다음 날 아침, 수진은 호텔에서 눈을 떴다. 혼자 왔을 거라 생각했는데 탁자 위 포스트잇을 보며 누군가와 함께 온 사실을 알게 되고, 혹여 마주칠세라 급히 호텔을 벗어나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맞닥뜨렸다.
“이온음료는 왜 안 드셨습니까? 숙취 해소에 좋다고 하셔서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무려 규모가 100평이나 되는 갤러리 입점 건 관련 미팅 날에.
그 순간 수진은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그 와중에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건 한 마디 말뿐이었다.
X됐다.
* * *
필름이 끊긴 당시, 하루를 맞춰 주겠다는 약속을 했던 수진.
필름 끊긴 날이 기억나자 약속을 지키겠다 선언하는데.
“차 대표님은 제게 진심으로 미안합니까?”
“네?”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수진이 반문했다.
말의 요지는 실수를 저지른 거에 대한 질문인 것 같은데 갑자기?
“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안을 받아들인다고도 하셨고요.”
“능력 범위 내의 일이라면요.”
“그럼 저와 교제하는 척도 해 주실 수 있습니까?”
“네?”
어째, 제안이 좀 터무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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