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신랑[외전][단행본]

우렁신랑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오라비는 가출해서 행방불명.
홀로 집을 지키고자 남장을 하게 된 효운은
힘든 농사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아침, 
백로에게 잡아먹히기 직전의 우렁이를 구해준다.
그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집에 돌아오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이 차려져 있는 게 아닌가.
‘아니, 뭐 하는 미친놈이지?’
문제는, 진짜 맛있다는 점. 
거기다 청소까지 반짝반짝, 그야말로 온 집에서 광이 난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도 없는 노릇!
‘혹시 내가 여자인 게 들킨다면? 다 망한다고!’
결국 작정하고 숨어 있던 효운은 범인을 잡고야 마는데….
눈송이만큼 투명한 피부, 모래처럼 반짝거리는 미색 머리카락.
이마는 높고 눈썹은 품위가 흘러 반악(潘岳)을 연상케 하고,
쌍꺼풀이 진 커다란 눈은 우수에 젖어 서시를 떠올리게 한다.
아름다운 것이 얼굴뿐이랴?
육 척이 넘는 키는 훤칠했고 요대를 딱 맞게 맨 허리는 준마처럼 늘씬했다. 
솔직히 이 정도 미모면 사람 같지도 않았다.
아니, 사람이 아닌 게 맞긴 하지.
“낭자, 제발, 살려주십시오, 흐윽…!
뭍사람이 저를 받아 주지 않으면, 저는, 흑흑, 죽고 말 겁니다.”
가출한 죄로 우렁이가 되어버린 서해 용왕의 아들이
효운의 앞에 엎드려서 울기 시작했다.
“시키는 일은 뭐든 다 하겠습니다!
지금처럼 집안일도 해 놓고, 식사도 도맡아 차리겠어요.
그저 처마 아래에만 머물도록 허락해 주세요…!”
얼떨결에 허락한 효운은 하나의 조건을 건다.
“좋아. 대신 내 부인 시늉을 해야 해. 그러니까, 여장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
“소리, 참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 둘뿐인걸요.”
그녀의 잔뜩 찌푸려진 이마에 훤이 입을 맞추었다.
“흣… 아니, 그치만…. 우리 중에… 울보는, 그쪽이잖아.
내가 울 수는, 없지….”
자신의 쾌락보다는 효운의 상태를 염려하던 눈빛이 순간 짐승처럼 바뀌었다.
터져 나오는 환희에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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