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타의 평범한 판타지물과는 괴리를 달리하는 참신한 소재다.
지구가 살아있다는 생각은 누구나 해볼 수 있으나, 그 지구가 외부세력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한정된 기일안의 지구 모든 생물체간 배틀로얄을 벌이는건 적어도 내가 알기론 이 작가가 처음이다.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때 인간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이 물음에 대해 작가는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냉혹한 답을 던진다. 그렇기에 상황에 이입된다.
소설을 읽으며 상황에 이입되며, '내가 그 상황이었으면 어떻게 행동해야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하고 속으로 계속 되뇌게 된다. 하지만 결론은 그저 감정을 철저히 죽이려고 노력하면서 의무론적 윤리관을 버리고 공리적 , 합리적 판단을 하고 실천하는 것.
이 세계는 그러한 '냉혹한' 판단을 얼마나 빠르고 '냉철히 신속하게' 실행하는가에 따라 생존이 달려있다.
절망적이게도 지구가 생명체들에게 분배한 에너지는 한정되있고 외부침략세력은 그 한정된 에너지를 무차별적으로 빨아들이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에너지를 집결하여 외부세력에 맞서 싸우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 집결하는 방법이 통상의 판타지 소설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독창적이고 특이하다. 뻔한 클리셰와 세계관에 질린 독자들에게 탄산레몬수를 들이붓는다. 정신이 번쩍든다.
특히 윤리와 철학 과목을 공부했던 사람에게는 이 소설책이 너무나도 재밌다. 인간의 본성과 도덕 및 윤리적 관습에 대해 지나치게 파고드려하지 않고 함부로 결론을 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작가 '외투'는 그저 보여줄 뿐이다. '당연하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주인공이 행하는 것'을 그저 보여줄 뿐이다.
혹자는 이 작품이 그냥 대량살상 아포칼립스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보기 어렵고 매쓰겁다고 한다. 작가가 그걸 몰랐을까?
소설을 읽어보면 작중 인물들의 독백이나 감정 표현은 우리가 이 소설을 처음 접했을때의 것과 비슷하다. 매우 놀랍고 상식에 어긋나며 충격적이고 본능적 거부감과 괴리감이 든다.
단지 우리는 세상 밖 독자이니 공포와 절망까진 느끼지 못하지만 말이다. 작가도 충분히 알고 있다. 이러한 세계관과 스토리는 분명 매스꺼워할 독자들이 있을 거라는 것을.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이한 반응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세계관 내의 등장 인물들의 대부분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평범한 우리 삶이 갑자기 절망적으로 망가졌을때의 우리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하는 사람, 패닉에 빠진 사람, 순응하는 사람, 마음이 망가진 사람, 절망에 빠진 사람, 이기적으로 행동하려 하는 사람, 헌신하는 사람, 이도저도 아니고 갈때처럼 흔들리는 사람, 위선적인 사람, 기회주의적인 사람, 적당히 친절하며 적당히 이기적인 사람 등등...
이 작품이 살인에 미친 싸이코패스를 다루는 뻔한 전개는 아니란 얘기다.
마지막으로 혹시 이 작품에 대해 실망하거나 너무 잔인하다는 등의 결론을 내리고 등을 돌리셨다면 난 이렇게 말해드리고 싶다.
이 소설에서, 적어도 이 작품내 세계관에서 그 누구도 잔인한 학살자가 아니였으며 지극히 평범한 '우리'와 같았다고...
인간의 본질에 대해, 혹은 윤리적 선악관이라던가 철학에 대해 생각하고 살아오신 분들이라면 이 작품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가볍고 뇌리에 남는 임팩트는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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