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과 작가의 장편소설 『미나』는 10대 소녀들의 내면을 통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폭력과 무관심을 날카롭게 드러낸 작품이다. 2008년 발표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한국 문단에 새로운 감수성과 문체 실험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소설은 특히 청소년기 특유의 불안정한 정서와 사회적 압박을 정면으로 다룬다.

작품은 주인공 ‘유리’와 그녀의 친구 ‘미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미나는 이미 죽었고, 유리는 미나의 죽음을 회고하며 이야기를 서술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친구들의 관계, 부모 세대와의 단절, 학교와 사회 시스템의 폭력성이 하나하나 조명된다. 유리는 혼란과 분노 속에서 점점 자기 파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며, 독자에게 불편한 진실을 강하게 던진다.

『미나』는 특히 10대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학생이라는 존재가 어떤 사회적 기대와 억압 속에서 성장해야 하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여성성과 청소년성 모두에 대한 문제 제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성장 소설을 넘어, 존재의 위기와 정체성 혼란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다.

김사과의 문체는 거칠고 직설적이다. 일반적인 문학 언어와는 다른 파괴적인 리듬과 분열적인 서사 구조를 통해, 작품의 불안정한 정서를 형상화한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며, 한국 사회의 병든 면을 외면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이러한 실험적 서사는 당시 젊은 세대의 감정을 대변하는 새로운 문학적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비평가들은 『미나』를 “한국 문학에서 보기 드문 파격적인 문제작”으로 평가하며, 2000년대 이후 문학에서 청소년과 여성, 폭력, 자살 등을 정면으로 다룬 선구적 텍스트로 주목했다. 특히 김사과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감정이 폭발하는 서사 방식은 이후 많은 젊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결론적으로, 『미나』는 단순히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넘어서, 억압받는 개인이 사회와 충돌할 때 발생하는 비극과 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 작품이다. 김사과는 이 소설을 통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병리와 감정의 폭발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젊은 세대의 절망과 분노를 문학적 언어로 승화시켰다. 『미나』는 여전히 강한 문제의식을 던지는 현대 한국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