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벌어진 민주화운동과 그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의 삶과 죽음을 다룬 소설입니다. 한강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국가 폭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인간의 존엄성과, 그것을 기억하려는 이들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그립니다. 소설의 중심에는 열다섯 살 소년 ‘동호’가 있으며, 그의 죽음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소설은 6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화자가 달라집니다. 동호의 친구, 시신을 수습하는 시민, 고문을 당한 청년, 출판 검열을 견딘 편집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어머니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시선을 통해 사건의 참혹함이 점차 드러납니다. 이 다중 화자 구조는 하나의 사건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하며, 독자에게 더 깊은 공감과 충격을 안겨줍니다.
작품 속 ‘소년’ 동호는 무력하지만 순수한 정의감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는 죽은 친구의 시신을 찾기 위해 도청에 들어가고, 결국 자신의 목숨까지 잃게 됩니다. 이처럼 소년의 죽음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권력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성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연대의 상징으로 그려집니다. 동호는 소설 내내 직접적으로는 등장하지 않지만, 다른 인물들의 기억 속에 계속 살아 있으며, 독자의 마음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존재로 남습니다.
한강의 문체는 이 소설에서도 절제되어 있고,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울림을 줍니다. 감정의 과잉 없이 차분하게 서술되지만, 바로 그 점이 오히려 더 깊은 고통을 느끼게 합니다. 시신을 다루는 장면, 고문 장면, 검열과 침묵의 장면들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며, 독자에게 윤리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이런 비극을 잊고 살아도 되는가?”, “누가 죽었고, 왜 죽었는가?”라는 질문이 작품 전체를 관통합니다.
『소년이 온다』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복원하려는 소설이 아니라, **‘기억의 윤리’**를 말하는 작품입니다. 잊히는 것, 침묵하는 것, 외면하는 것에 저항하며, 죽은 자를 애도하고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직면하려는 시도입니다. 한강은 이 책에서, 문학이 비극적인 역사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담아냅니다. 그 결과, 『소년이 온다』는 고통스러운 역사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연대, 기억의 힘을 되새기게 합니다.
결론적으로, 『소년이 온다』는 한국 현대사 속 가장 비극적인 사건을 문학적으로 정면 돌파한 작품입니다. 이 책은 단지 과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인간적인가?”, “죽음 앞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지며, 그 여운은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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