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자 한국 현대소설에서 보기 드문 방대한 서사와 판타지적 상상력이 결합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근대화 과정 속 한국의 변두리 마을을 배경으로 하며, 여성 3대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현실과 환상, 역사와 신화가 뒤섞인 독특한 세계 안에서, 인간의 욕망과 생존, 꿈과 몰락을 탐구합니다.
소설의 중심 인물은 ‘금복’이라는 여인으로, 그녀는 가난한 시골 소녀에서 시작해 거대한 영화관과 벽돌 공장을 세우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사업가로 성장합니다. 그녀의 딸 ‘춘희’는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졌지만, 눈에 띄는 미모와 타고난 연기로 도시에서 인형처럼 소비되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손녀 ‘나나’는 상처입은 몸과 마음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외부 세계와의 단절 속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이 세 인물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회의 틀과 억압에 저항하며 살아갑니다.
『고래』는 단순한 여성 서사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거대한 자본주의의 흐름, 도시화, 산업화의 그림자 속에서 주변부에 놓인 인물들의 생존과 몰락을 통해, 한국 사회의 근현대사를 은유적으로 그려냅니다. 특히 여성 인물들이 남성 중심의 사회 질서 속에서 어떻게 ‘주체’로 살아남으려 하는지를 포착하는 방식은,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우화적입니다. 여성들의 생존 방식은 폭력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희극적이기도 합니다.
작품의 문체는 날카롭고 유머러스하며, 때로는 민담이나 전설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작가는 전통적인 리얼리즘 소설의 형식을 벗어나, 구술 서사나 서사시에 가까운 독특한 전개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이러한 스타일은 독자에게 신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한국 사회의 잔혹한 현실을 기묘하게 직면하게 만듭니다. 특히 각 인물의 삶이 연결되고 반복되며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는 구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인생과 역사의 굴레를 체감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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