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마주하려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주인공은 오랜 세월 묻어둔 기억을 꺼내기 위해 다시 한 번 그 장소로 돌아간다. 그곳은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이자, 아픈 상처가 시작된 공간이다. 잊고 싶었던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녀는 그것이 치유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이 작품은 기억과 망각, 그리고 말하지 못한 역사를 주제로 한다. 주인공은 침묵 속에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며,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 감추어진 고통과 억눌린 감정이 섬세하게 묘사된다. 작가는 말 없는 고백과 내면의 독백을 통해, 기억을 다시 쓰는 행위 자체가 곧 저항임을 말하고 있다.
소설의 전개는 빠르지 않지만, 그만큼 깊고 묵직하다. 주인공이 과거의 자신과 대화하는 듯한 구조는 독자에게도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기억 속 장면들은 마치 흐릿한 필름처럼 반복되고, 그 속에서 진실과 거짓, 상처와 회복이 교차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기억이 단지 과거의 잔상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감정임을 조용히 전한다.
이야기 후반부에서 주인공은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이들과 연결된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말로 꺼내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기억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기억하기 위한 행위’는 개인의 고백에서 공동체의 연대로 확장된다. 이 과정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이겨내는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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