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깊은 시계공의 작업장이 있었다. 수백 개의 톱니바퀴와 시간의 틈 사이를 가로지르는 정교한 기계들로 가득 찬 이곳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시계 수리점이었지만, 그 내부에는 세상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이 숨어 있었다. 바로 시간 자체를 조종할 수 있는 시계가 존재했던 것이다.
알렉스는 어린 시절부터 시계공인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기계의 언어를 배워왔다. 나무의 결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고, 작은 부품 하나에도 생명을 불어넣는 그의 손놀림은 이미 장인의 경지에 다다라 있었다. 하지만 알렉스는 몰랐다. 자신이 단순한 수습공이 아니라, 거대한 시간의 유산을 잇는 상속자라는 사실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날 밤, 작업장 안쪽의 비밀 금고가 열렸다. 수십 년 동안 닫혀 있던 그 문 안에는, 눈부신 황금 시계 하나가 조용히 시간을 재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시계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관문이었다. 시계의 초침이 한 바퀴 돌 때마다, 현실은 흔들렸고 시간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알렉스는 처음엔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그 시계를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말도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 실수한 순간을 바로잡고,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유혹은 그를 점점 더 깊이 끌어당겼다. 결국 그는 결심했다. 시간의 흐름을 바로잡고, 시계공의 진정한 사명을 완수하겠다고.
그러나 시간이란 결코 순순히 길들여지는 존재가 아니었다. 알렉스가 과거를 바꾸는 순간, 예상치 못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그를 지켜보고 있었고, 누군가는 시간을 왜곡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 했다. 그는 이제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시간의 수호자가 되어야 했다.
모든 톱니바퀴는 맞물릴 때 그 의미를 갖는다. 알렉스는 이제 깨달았다. 시계공의 유산은 단지 시계를 고치는 기술이 아닌,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책임이었다. 그는 황금 시계를 손에 들고, 망설임 없이 초침을 눌렀다. 또 한 번, 시간은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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