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조틀과 같았다. 보이지 않는 실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며, 운명과 시간을 엮어냈다. 이 실들은 별과 행성, 생명과 죽음을 잇는 신비한 힘이었다. 그리고 그 실을 다루는 자, 바로 ‘별의 직조사’였다.

별의 직조사 에리나는 태어날 때부터 실들의 울림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실은 빛을 발하며, 미래의 파편들이 손바닥 위에 펼쳐졌다. 하지만 그 힘은 축복인 동시에 저주였다. 실 하나가 잘못 엮이면, 우주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었다.

어느 날, 에리나는 우주의 일부가 느닷없이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끊어진 실은 한 소녀의 삶과 연결되어 있었다. 소녀는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운명조차 잃어버린 채 방황하고 있었다. 에리나는 그녀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우주가 새로이 직조되는 시작이었다. 소녀가 가진 숨겨진 힘은 별들의 실을 다시 잇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열쇠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에리나는 깨달았다. 모든 실들이 하나로 모일 때, 어둠 또한 함께 깨어난다는 것을.

에리나는 우주의 평화를 위해 고된 선택을 해야 했다. 실들을 다시 엮기 위해 자신의 기억과 존재마저 내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잇는 마지막 실은 희망과 절망, 생명과 소멸의 경계선 위에 놓여 있었다.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에리나는 조용히 손을 뻗었다. 별의 직조틀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주는 또 한 번 새로운 이야기를 엮어 나갔다. 그 실들 사이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