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어느 날, 낡은 책들 사이에 끼어 있던 이상한 물건을 발견한다. 그것은 오래된 가죽으로 된 여권처럼 보였지만, 표지에는 금빛으로 "시간 여권"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처음엔 장난감이거나 소품일 거라 생각했지만, 여권 안쪽에는 낯선 언어와 함께 날짜와 장소를 적을 수 있는 칸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여권에 특정 날짜와 장소를 적고 그것을 쥐고 눈을 감으면 실제로 그 시간과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으로 시간 여권을 사용한 주인공은 10년 전 자신의 중학교 시절로 돌아갔다. 낯익은 교실, 친구들의 얼굴, 그리고 그때의 자신을 멀리서 바라보며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왔다. 그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도, 과거의 작은 실수들을 하나하나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사소한 일 같지만, 그 당시에는 매우 중요했던 일들. 잃어버린 우정, 하지 못했던 사과, 용기 내지 못했던 고백 등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시간 여행이 익숙해지자, 주인공은 점점 더 먼 과거로 향하게 된다. 부모님의 젊은 시절, 조부모가 처음 만난 날, 심지어 조선시대까지도 다녀오게 된다. 그가 방문하는 모든 시간에는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고, 그는 그 속에서 조심스럽게 역사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과거를 바꿀수록 현재의 기억들이 희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 주인공은 자신이 사는 현재가 완전히 변해버린 것을 깨닫는다. 친구들은 낯선 사람들이 되어 있었고, 가족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시간 여권이 가져온 기적은 동시에 저주이기도 했다. 그는 더 이상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과거의 작은 선택들이 현재를 이렇게 크게 바꿔버릴 줄은 몰랐다. 혼란과 후회 속에서 그는 시간 여권을 다시 펼쳐본다.
하지만 여권은 이제 반응하지 않았다. 날짜를 적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 여권은 단 한 사람에게, 단 한 번의 기회를 주는 물건이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주인공이 과거를 너무 많이 바꿔버린 탓에, 스스로 그 기능을 멈춘 것일지도. 그는 그저 멍하니 여권을 바라보며 자신의 선택들을 되새겨본다. 과거는 되돌릴 수 있지만, 그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결국 그는 현재의 삶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들도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한다. 시간 여권은 책장 깊숙이 감춰진 채, 아무도 모르게 그의 과거 속에 남게 된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의 발걸음으로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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