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책상 정리를 하던 중, 오래된 서랍 속에서 낡은 탁상 달력 하나를 발견한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그 달력은 해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게 남아 있었다. 별생각 없이 책상 위에 올려둔 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하민은 달력의 날짜가 혼자 바뀌고 있는 걸 목격했다. 숫자는 똑같지만, 날짜 옆에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주의해, 사고”, “말하지 마, 비밀”, “가지 마, 사라진다”…
처음엔 장난 같았다. 하지만 다음 날 학교에서 실제로 교실에서 사고가 일어났고, 달력에 적힌 경고가 현실이 되자 하민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 후로 매일 밤 달력은 혼자서 조용히 넘어갔고, 그 날짜 옆에는 언제나 짧고 불길한 한 줄 경고가 적혀 있었다. 그는 점점 잠도 이루지 못하고, 달력에 집착하게 된다. 그 경고들이 점점 더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내용으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민은 경고들을 무시할 수도, 무조건 믿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경고를 따라 행동하면 반드시 누군가는 구해졌고, 무시하면 반드시 누군가는 다쳤다. 달력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다가올 비극을 기록하는 시간의 안내서였고, 동시에 그를 시험하는 퍼즐이었다. 하민은 그 경고들이 어디서 오는지, 누가 보내는 것인지 추적하기 시작한다.
조사 끝에 하민은 과거 자신이 초등학생이던 시절, 같은 달력을 갖고 있었던 친구 ‘도윤’을 기억해낸다. 도윤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그의 죽음 이후 하민은 오랫동안 죄책감을 느껴왔다. 달력은 사실 도윤의 물건이었고, 그의 ‘마지막 소원’이 담긴 물건이었다. “하민이를 지켜줘.” 그 문장이, 달력 마지막 페이지에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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