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자리에 불이 켜지는 날이 있다. 바로 별똥별이 쏟아지는 그 짧은 밤. 따뜻한 국물 냄새와 함께 나타나는 작은 포장마차, 간판에는 손으로 쓴 듯한 문장이 적혀 있다. “별똥별 포장마차 – 소원을 들려주세요.” 사람들은 우연히, 혹은 운명처럼 그곳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발을 들인다. 이곳은 그저 배고픈 이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들을 위한 곳이다.
고등학생 윤호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친구와의 말다툼, 뒤늦은 후회,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헤매다 우연히 포장마차를 찾았다. 그는 국수 한 그릇을 받아 들고 말없이 국물을 들이켰고, 주인은 조용히 물었다. “무슨 소원을 갖고 있어요?” 윤호는 반쯤 농담처럼,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그런데 다음 날, 그는 믿기 힘든 일을 겪는다. 눈을 떠보니, 정말 어제 아침으로 돌아가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윤호는 해마다 별똥별이 쏟아지는 날이면 골목 어귀를 찾았다. 포장마차는 늘 그 자리에 있었고, 주인은 변함없이 따뜻한 눈빛으로 손님을 맞이했다. 그곳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왔다. 어떤 이는 오래전 사라진 강아지를, 어떤 이는 멀어진 가족을, 어떤 이는 잊지 못할 사랑을 소원으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모두가 포장마차를 떠날 땐 한결 가벼워진 표정이었다.
하지만 윤호는 궁금해졌다. 왜 포장마차는 단 하루만 열리는 걸까? 왜 주인의 얼굴은 해마다 같고, 나이가 들지 않을까?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인이 말했다. “저 사람… 별이었대. 마지막으로 떨어진 별.” 그 말을 들은 윤호는 문득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주인은 하늘에서 떨어진 별,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스스로 모습을 바꾼 존재였다. 그는 소원을 이루는 대신, 그 대가로 이 땅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윤호는 어른이 되었고, 더 이상 자신의 소원을 품지 않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포장마차를 찾은 날, 그는 조용히 말했다. “이젠 제 소원을 다른 사람들의 소원으로 나누고 싶어요.” 그 말에 주인은 미소 지으며 자신의 앞치마를 벗어 윤호에게 건넸다. “별 하나, 또 태어나는구나.” 그 말과 함께 포장마차의 불빛이 하나둘 꺼졌고, 주인의 모습도 서서히 사라졌다.
그날 이후, 포장마차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별똥별이 쏟아지는 밤이면 어딘가 골목 어귀에 은은한 불빛이 켜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따뜻한 국물을 나눠주는 새로운 주인이, 조용히 묻는다. “소원을 들려주세요.”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이 있는 한, 별똥별 포장마차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소원을 이루는 장소가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은 기적의 공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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