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짜리 기차역이 있었다. 겨울이면 하얀 눈발 속에서, 봄이면 벚꽃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기차역은 늘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사람들을 맞았다. 이곳을 지나는 기차는 단 한 번의 계절 동안만 운행되고,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는 같은 기차가 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기차역을 ‘한 철의 기차역’이라 불렀다.
겨울 기차가 도착하는 날, 역장은 낡은 코트를 단단히 여미고 플랫폼에 나와 손님들을 맞았다. 첫 번째 손님은 떠난 가족을 다시 만나러 가는 청년이었다. 그는 하얀 눈밭을 지나 눈물을 닦으며 그리운 이들을 찾아갔다. 봄이 오자, 기차는 또 다른 사람들을 데려왔다. 봄바람에 실려 온 그들은 새 출발을 꿈꾸는 이들이었고, 벚꽃이 만개한 역은 그들의 희망을 축복했다.
여름의 기차가 다가오면, 역은 활기로 가득 찼다. 해변으로 향하는 여행객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 그리고 잠시 현실을 잊고 싶은 이들이 이곳에서 내렸다. 여름밤의 별빛 아래, 그들은 웃고 떠들며 잠시나마 삶의 무게를 내려놓았다. 가을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낙엽이 흩날리는 플랫폼에는 지난 계절의 추억과 앞으로 맞이할 변화를 품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 특별한 기차역에는 늘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역장, ‘진수’였다. 그는 기차가 올 때마다 손님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계절마다 다른 얼굴과 사연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면서, 진수 자신도 어느덧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말없이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떠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조용히 응원했다.
어느 해 가을, 진수는 역장직을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다. 마지막으로 찾아온 기차에서 내린 손님들은 모두 그의 이름을 기억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진수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은 언제나 여러분의 이야기로 가득할 거예요. 이 한 철의 기차역은, 지나가는 삶들의 쉼터니까요.” 그리고 그는 역을 떠나며, 계절마다 다시 찾아올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렸다.
한 철의 기차역은 그렇게 시간과 사람을 이어주는 작은 다리가 되었다. 매 계절마다 다른 사람들을 내려주고, 또 다른 이들을 태우는 그곳은 끝나지 않는 여행의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그 역을 지키던 한 남자의 따뜻한 마음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기억 속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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