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했다. 사람들이 서로의 이름을 잊어버리면, 그 사람은 눈앞에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이름이 사라진 순간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는 기묘한 현상이었다. 이 불가사의한 세상에서 주인공 ‘수아’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애쓰기 시작한다.

처음엔 그저 작은 농담이나 실수인 줄 알았다. 친구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머리가 아팠고, 어느새 그 친구는 공기처럼 투명해졌다. 그 모습을 본 수아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아무도 이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점점 서로의 이름을 잊어갔고, 이름 없는 사람들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마치 누군가가 세상에서 존재를 지우는 듯했다.

수아는 이 상황을 막기 위해 ‘이름 기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작은 노트를 만들어 사람들의 이름과 그와 관련된 기억들을 적어두고,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친구와 가족, 동네 사람들까지 이름을 잃지 않도록 서로 불러주고 기억하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름과 기억이 사라지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수아 자신도 점점 희미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기억 속에서 자신의 이름조차 흐려져 가는 것 같았다. 그때 수아는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름 그 자체가 아니라, 이름에 담긴 ‘기억과 마음’이라는 것을.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존재는 더 강해진다는 사실을.

마지막까지 수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며, 사라져가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어느새, 잊힌 이름들이 다시 속삭이기 시작했다. 세상은 천천히 다시 제 모습을 찾아갔고, 수아는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