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에 한 번, 지각이 갈라지고 하늘이 붉게 물들 때, 그녀는 용암 속에서 눈을 뜬다. 사람들은 그녀를 ‘화염의 여왕’, ‘불타는 심장’이라 부른다. 볼카라는 자연의 파괴적 힘이 인간의 형상을 빌려 이 세상에 드러난 현현이다.
볼카라의 몸은 불꽃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슬픔이 깃들어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원래 파괴를 위한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그녀는 대지를 따스하게 지키는 존재였고, 인간들이 추위와 어둠에서 벗어나 살아갈 수 있도록 불을 나누어 주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은 그녀의 불을 전쟁과 파괴에 이용했고, 결국 그녀는 고통 속에서 잠들었다.
그녀가 다시 깨어났을 때, 세상은 이미 타락해 있었다.
볼카라는 자신이 남긴 불이 도시를 태우고 숲을 죽이며, 생명을 파괴하는 무기로 바뀌었다는 사실에 깊은 분노를 느꼈다. 그녀는 더 이상 인간을 신뢰하지 않았고, 그들을 심판하기 위해 화염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불은 다시 정화의 도구가 되었고, 그녀는 불의 심판자가 되었다.
하지만 모든 생명이 그녀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 아이가 불길 속을 뚫고 그녀 앞에 섰고, 타지 않는 마음으로 말했다. “당신의 불은 따뜻했어요. 우리는 아직, 잊지 않았어요.” 그 말에 볼카라의 심장이 흔들렸고, 그녀는 처음으로 파괴가 아닌 회복을 위한 불꽃을 다시 피워 올렸다. 그것은 볼카라가 잊고 있던, 그녀 본래의 이름을 상기시키는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볼카라는 파괴와 생명의 경계에 선 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대지를 다시 푸르게 만들기도 하고, 부패한 도시를 불태우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녀를 신으로, 혹은 재앙으로 여긴다. 그러나 누구도 그녀의 의도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볼카라의 불꽃은 진실된 마음 앞에서만 따뜻하게 타오른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볼카라는 지하 깊은 곳에서 세상을 지켜보고 있다.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그녀의 화산 심장은 아직도 느리게, 그러나 끊임없이 뛰고 있다.
볼카라는 묻는다.
"너희는 나의 불을 다시 품을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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