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검은 얼음이 하늘에서 쏟아지던 날 태어났고, 그의 탄생과 동시에 세 마을이 얼어붙었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그를 '얼음의 죽음', 또는 '서리의 저주'라 불렀으며, 그의 이름은 곧 파멸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프로스트베인은 처음부터 파괴자가 아니었다.
그는 한때 북방의 수호자로, 겨울 숲과 얼어붙은 강을 지키는 존재였다. 생명을 해치지 않고, 차가운 대지 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영혼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은 그 균형을 무너뜨렸고, 끝없는 전쟁이 대지를 짓밟자 그는 분노의 형태로 변모하게 되었다.

프로스트베인이 분노했을 때, 그가 걷는 길에는 생명이 얼어붙는다.
그의 숨결은 바람보다 날카롭고, 그의 검은 날에는 영혼조차 스러진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죽은 전사들의 영혼을 서리로 바꿔 군대를 이루고, 배신자와 침략자를 쓸어버린다고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는 무고한 자는 해치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에 찌든 자들에게 끝을 허락하는 듯한 평온한 죽음을 안겨준다.

누군가는 그를 ‘복수의 정령’이라 부르며 숭배하고, 누군가는 그를 ‘신이 버린 망령’이라 저주한다.
하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의 눈빛에는 인간에 대한 슬픔과 냉소가 섞여 있으며, 그가 마지막으로 말을 한 것은 수백 년 전이라고 전해진다. 그 한 마디는 단 한 문장이었다. “당신들은 다시 녹아야 한다.”

프로스트베인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그가 돌아올 징조는 여전히 전해진다.
밤하늘에 검은 눈이 내리고, 얼어붙은 전장의 시체가 서리로 뒤덮일 때, 사람들은 그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다시 깨달음을 얻을 기회를 위해 잠들어 있는 것이다. 그의 검은 갑옷은 바람 속에서 아직도 울부짖는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묻는다.
“너희가 부순 건 세상이 아니라, 너희 자신이었다.”
프로스트베인은 파괴자이자 거울이다. 그는 인간의 욕망이 만든, 가장 차가운 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