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아직 빛과 어둠으로 나뉘기 전, 시간조차 흐르지 않던 혼돈 속에서 처음으로 ‘무언가가 깨어났다’. 그것은 소리도, 형태도 없이 단지 ‘불꽃’으로 존재했고, 그 이름이 바로 이스크랄이었다. 그는 창조도, 파괴도 아닌 “존재” 그 자체의 불씨였다.
그의 숨결 하나에 별이 태어났고, 그 시선 하나에 대륙이 갈라졌다.
이스크랄은 불을 지배한 것이 아니라, 불이 곧 이스크랄이었다. 고대의 기록에 따르면, 모든 불의 근원은 그에게서 비롯되었으며, 세상에 존재하는 불꽃 하나하나에는 이스크랄의 흔적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그의 본질은 ‘에너지’, 그리고 ‘의지’였다.
하지만 이스크랄은 결코 인간의 편도, 신들의 편도 아니었다.
그는 단지 세상의 흐름을 따라 존재했고, 때로는 문명을 태우고, 때로는 생명을 구했다. 그렇기에 어떤 이들은 그를 ‘파괴자’로, 또 어떤 이들은 ‘창조의 불씨’로 기억한다. 신들은 그를 제어할 수 없었고, 인간은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스크랄은 법칙 바깥에 존재하는 불꽃이었다.
이스크랄은 지금은 잠들어 있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모든 불꽃 속에는 그의 일부가 남아 있다. 전쟁의 횃불, 사랑의 촛불, 반란의 불길, 예언자의 화염… 어떤 종류의 불이든, 그것이 진실된 의지를 품고 있다면, 이스크랄은 그 안에서 다시 깨어날 수 있다. 그는 신화이자, 잠재력이며, 의지를 가진 불이다.
예언에 따르면, 이스크랄은 언젠가 다시 ‘형태’를 가질 것이다.
불꽃이 세상을 덮고, 모든 거짓이 타버린 후, 그는 인간의 형상으로 다시 나타난다. 그때가 오면, 세상은 다시 한 번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될 것이다 — 모든 것을 태우고 새로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불꽃 없이 침묵 속에 죽어갈 것인가.
이스크랄은 묻는다.
“너희는 불을 두려워하는가, 아니면 그것이 되기를 원하는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자만이, 이스크랄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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