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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 흐르는 소금: 바다에서 태어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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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 속에는 바다의 기억이 흐른다. 몸을 구성하는 염분은 태초의 바다에서 왔고, 우리는 그것을 피 속에 간직한 채 살아간다. “피에 흐르는 소금”은 단순한 생물학적 유산이 아니다. 그것은 고통, 기억, 그리고 버릴 수 없는 유전적 본능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바다는 우리에게 삶을 주었지만, 동시에 수많은 생명을 삼켜갔다. 해안가 마을에서 자란 이들은 말한다. “우리의 조상은 물에서 태어나 물로 돌아간다.” 어부의 아들, 해녀의 딸, 뱃사람의 손자. 그들 모두의 피엔 바다의 짠맛이 스며 있다. 그 짠맛은 종종 눈물의 짠맛과도 닮아 있다.

시간이 지나 도시로 옮겨오고, 더 이상 바다를 보지 않아도 사람들은 때때로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을 느낀다. 바다에서 멀어진 날조차, 그 본능은 사라지지 않는다. 불현듯 끌어당기는 소금기 섞인 바람, 혹은 파도 소리에 깨어나는 기억은 어디서 온 것일까? 아마도 그건 피 속에 각인된 정체성일 것이다.

하지만 이 짠 피는 축복이자 저주다. 바다의 소금은 생명을 살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처를 쓰리게도 만든다. 바다에 생계를 의지한 수많은 사람들은 그 짠맛과 함께 굶주림과 죽음을 견뎌야 했다. 고단한 노동, 사라진 어획량, 잊혀지는 공동체. 그 속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바다를 원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 자신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피에 흐르는 소금”은 생물학적 구조 너머의 이야기다. 그것은 정체성이고, 운명이며,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잊지 않게 해주는 흔적이다. 조상들이 흘린 땀과 눈물은 염분이 되어 자손의 피에 섞인다. 그렇게 삶은 이어지고, 기억은 형태를 바꾸어 전해진다.

당신의 피 속에 흐르는 소금은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그것은 바다의 소리일 수도 있고, 오래된 노동의 굳은살일 수도 있다. 혹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우리는 모두 그 소금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짠맛 없이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이 곧 우리의 기원이며,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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