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던 고대의 용 '이라곤'이 다시 눈을 떴다. 그의 붉은 눈동자 속에는 오랜 세월 동안 다짐했던 하나의 서약이 불타고 있었다. 인간들과의 전쟁 이후, 그는 자신의 날개를 접고 대지의 품에 잠들며, 언젠가 진실을 밝힐 날을 기다려왔다.

이라곤은 오랜 세월을 견디는 동안 인간들이 세운 왕국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인간은 용을 잊었고, 전설은 점차 신화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동족이 인간의 배신으로 몰살당한 그날의 피비린내를. 그리고 죽어가는 어미 용이 마지막으로 그에게 속삭였던 말—"진실이 밝혀질 때, 네가 나서야 한다"는 그 서약을.

한편, 왕국의 제5왕자 리안은 오래된 도서관에서 봉인된 고서를 발견한다. 그 책에는 '용의 서약'이라는 제목 아래, 고대의 전쟁과 용족의 비극적인 최후가 기록되어 있었다. 리안은 이 이야기에서 이상한 끌림을 느끼고, 기록된 장소로 직접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운명처럼 이라곤과 마주하게 된다.

이라곤은 인간 왕자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었지만, 리안의 눈빛에서 거짓이 없음을 느꼈다. 그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너희 조상들이 나를 배신했다. 그러나 네가 진실을 밝히려는 자라면, 나도 나의 서약을 지키겠다.” 그렇게 두 존재는 서로의 적이 아닌, 진실을 밝히기 위한 동맹이 되었다.

진실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전쟁의 원인은 인간의 탐욕이 아닌, 또 다른 존재—어둠의 마법사 '제르만'의 조작이었다. 그는 용과 인간이 서로를 증오하도록 만들었고, 그로 인해 양쪽 모두 피를 흘리게 된 것이다. 이라곤과 리안은 함께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제르만의 흔적을 쫓기 시작했다.

용과 인간이 함께 싸우는 날은, 다시는 없을 것 같았던 전설이었다. 하지만 이라곤과 리안은 그 전설을 현실로 바꾸고 있었다. 피로 맺어진 과거의 서약은 이제 새로운 희망의 서약이 되었고, 이 땅에 다시 평화를 가져올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