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밤마다 벌어지는 기이한 실종 사건들. CCTV에는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고, 흔적도, 목격자도 없었다. 경찰은 미제 사건으로 넘겼지만, 도시 어딘가에는괴물들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환영’이라 불렀지만, 진실을 아는 소수는 그것을 **‘진혼수(鎭魂獸)’**라 불렀다—억눌린 욕망과 증오가 형태를 갖춘 괴물들.

강북의 오래된 지하 주차장, 그 안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괴물의 시체를 태우고 있었다. 이름은 류건우, 사람들 사이에서는 "밤사냥꾼"이라 불리는 존재. 그는 오래전 여동생을 괴물에게 잃고, 그날 이후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어둠의 존재들을 사냥하며 살아왔다. 그의 왼쪽 눈에는 특수한 부적이 새겨져 있었고, 그 눈으로만 괴물의 실체를 볼 수 있었다.

건우는 서울 어딘가에 **‘심연의 문’**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괴물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더 오래, 더 강하게 머무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보상 ‘미진’의 조언으로 강남역 지하철 라인 9 구간으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매일 밤 누군가의 비명이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달랐다. 괴물에게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수사를 계속하던 중, 건우는 괴물들 속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게 된다. 바로 오래전에 죽은 줄 알았던 여동생 류하은. 그녀는 인간이 아닌 괴물과의 ‘경계’가 된 존재였다. 그녀는 말했다. “오빠, 내가 막고 있었어. 그런데… 이제 문이 열리려 해.”
서울 한복판, 오래된 전쟁터 위에 세워진 고층 빌딩의 지하, 封印(봉인)이 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결국 건우는 선택해야 했다. 괴물이 된 여동생을 베어내고 봉인을 닫을 것인가, 아니면 그녀와 함께 이 도시의 어둠 그 자체가 될 것인가. 그는 울지 않았다. 대신 등에 멘 오래된 검을 꺼내 들고 말했다. “서울은 아직, 내 사냥터야.” 그렇게 그는 괴물과 함께 심연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서울의 밤은 다시 평온해졌다. 하지만 어둠 속의 사람들은 안다.
비 오는 밤, 누군가 검은 코트를 입고 담벼락 위를 걷는다고. 담배 연기 너머로 괴물의 눈을 응시하는 눈이 있다고.
그는 죽지 않았다. 서울의 밤이 계속되는 한, 괴물 사냥꾼도 살아 있다.

이 이야기는 현대 서울의 익숙한 골목, 지하철, 재개발지구 등을 초자연적인 사냥터로 변모시키며
도시 판타지와 느와르, 괴수 사냥물의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