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지하 심연에서 기어 나온 공포의 존재이다. 그는 어둠의 근원에서 태어난 괴물이며, 빛과 생명을 증오하는 순수한 파괴의 화신이다. 그의 입이 열리는 순간, 소리와 색, 감정조차 빨려 들어가며 사라진다. 켈보르는 단순한 괴수가 아니라, 세계의 심연 그 자체다.

켈보르는 오래전, 세상이 아직 빛과 어둠으로 나뉘기 전의 시대에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형상이며, 검은 입(Black Maw)은 단순한 물리적 기관이 아니라 존재를 삼키는 ‘공허의 문’이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으며, 기억조차 사라진다. 그래서 ‘그를 보았던 자’는 아무도 없다.

수천 년 전, 고대의 열두 성인이 힘을 합쳐 그를 땅 밑의 무저갱에 봉인했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꿈속에서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 잊혀진 도시의 공허한 폐허, 그리고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그가 다시 세상으로 나아오려 한다는 증표다. 그가 완전히 돌아오는 순간, 현실은 무너질 것이다.

켈보르를 숭배하는 이들은 "공허의 목소리"라 불리는 비밀 결사로, 이들은 세상의 질서를 거부하고 혼돈을 받아들인다. 이들은 고대의 유물을 모으고, 금지된 주문을 되살려 그의 봉인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켈보르를 “마지막 정화자”로 부르며, 그가 오면 모든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최근에는 대륙 곳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실종 사건과 정체불명의 구멍, 즉 ‘공허의 틈’이 발견되었다. 이 틈들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빛조차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학자들은 이것이 켈보르의 입이 다시 열리고 있는 징조라 경고하지만,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켈보르가 다시 나타난다면, 그 어떤 무기나 마법도 그를 멈출 수 없다. 그는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가 입을 벌리는 순간, 모든 것은 무(無)로 돌아갈 것이다. 그 공허 속에서조차, 오직 켈보르의 배고픔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