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했다. 벚꽃은 만개하여 나무마다 분홍빛 구름을 이룬 듯했고, 그 사이를 걷는 사람들은 마치 꿈속을 헤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조용히 벚꽃길을 따라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흩날리는 꽃잎 너머로 반짝이는 별빛이 눈에 들어왔다. 벚꽃과 별빛, 두 아름다움이 한눈에 담기는 순간이었다.
도시의 불빛에 가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별들이 오늘따라 또렷했다. 벚꽃 사이로 스며드는 별빛은 마치 누군가의 속삭임처럼 조용하고 은은했다.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 속에 빠져 있었지만, 하늘과 꽃이 만들어내는 이 순간의 조화는 모두의 마음을 무장해제시켰다.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그 찰나의 아름다움에 몰입했다.
어릴 적 시골에서 보았던 별이 떠올랐다. 벚나무 아래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던 그 시절, 순수했던 마음이 그리웠다. 지금은 바쁘게 살아가느라 잊고 있던 감정들이 별빛을 타고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벚꽃은 찰나에 피고 지지만, 그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사람들은 꽃을 보기 위해 모였지만, 정작 꽃을 바라보다가 서로의 눈빛을 마주하고, 오래된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나누었다. 벚꽃길 위에서 누군가는 고백을 하고, 누군가는 작별을 고했다. 그러나 그 모든 감정들을 감싸는 건 밤하늘의 별빛이었다. 별빛은 말없이 우리를 비추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다.
그날 밤, 벚꽃 사이로 본 별빛은 단순한 풍경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그것은 잊고 지내던 감정, 소중한 기억,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는 신호 같았다. 짧고도 찬란한 벚꽃처럼, 우리 삶도 언젠가 스러지겠지만, 그 순간순간의 빛은 영원히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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