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찻집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자, 안에서는 따뜻한 김과 은은한 차 향기가 퍼져 나왔다. 하얗게 쌓이는 눈발이 창밖을 가득 메우고, 그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한 모금의 차는 마음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찻집은 그렇게 첫눈과 함께 나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했다.

찻집 안은 고요했다. 사람들의 말소리도, 차를 따르는 소리도 어느새 잦아들고, 오롯이 눈 내리는 풍경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나무로 된 작은 테이블 위에는 따뜻한 찻잔과 마주 앉은 이들의 미소가 놓여 있었다. 첫눈처럼 순수한 그 순간, 이곳은 마치 세상 모든 번잡함이 멈춘 작은 안식처 같았다.

밖에선 눈발이 더욱 거세졌다. 찻집의 창문에 흰 눈이 내려앉아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았다. 나는 그 풍경 속에서 오래전 함께 눈길을 걷던 사람을 떠올렸다. 그때도 이런 첫눈이 내렸던가, 그리고 우리 사이에도 따뜻한 차 한잔 같은 순간이 있었던가. 기억은 차가운 겨울 속에서 오히려 더욱 선명히 피어났다.

찻집 주인은 조용히 다가와 따뜻한 차를 한 잔 더 건넸다. “첫눈 오는 날에는 늘 이런 차가 생각나죠.” 그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 작은 찻집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었다. 첫눈과 함께 찾아오는 소중한 인연, 그리고 그 인연이 남긴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는 곳이었다. 눈 내리는 창밖과 함께 그 마음도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첫눈은 이내 그쳤고, 사람들은 하나둘 찻집을 나섰다. 하지만 그 따뜻한 온기와 기억은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곳, 첫눈 내리는 찻집은 나에게 작은 위로이자 희망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첫눈이 내릴 때, 나는 다시 이곳에 와서 그 순간을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