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잊으려 할수록, 나는 오히려 처음으로 되돌아갔어. 이별의 날에서 시작해, 점점 뒤로, 우리 손을 놓기 전, 눈을 마주치던 순간들, 그리고 아주 처음 너를 알게 된 그날까지. 사랑은 끝났는데, 내 마음은 자꾸 시작으로만 흘러갔어.
마지막 인사부터 떠올렸어. 그날 너는 조용했고, 나는 무너졌지. 네가 등을 돌리고 걸어가던 모습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해. 하지만 그 기억을 거꾸로 돌리면, 너는 나를 향해 돌아오는 사람처럼 보여. 어쩌면 그 착각이 나를 살게 했는지도 몰라.
우리가 멀어졌던 말들, 다툼의 흔적들, 점점 줄어들던 연락들… 그런 것들조차 거꾸로 보면, 다시 다가오던 시절이더라. 무뎌졌던 표정들이 하나씩 부드러워지고, 말 없이 지나쳤던 날들이 다시 대화로 채워지는 것 같았어.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그 기억의 순서를 바꾸면 마음이 조금은 덜 아팠어.
가장 아팠던 건, 우리가 정말 사랑했었다는 걸 알아버린 그 순간이야. 이별 이후의 시간들은 너 없는 삶에 익숙해지기 위한 연습 같았지만, 되돌아가면 갈수록 나는 더 깊이 너를 이해하게 되었어. 그러니까… 나는 너를 지금보다 훨씬 더 나중에, 훨씬 더 많이 사랑하게 된 거야. 그게 너무 아이러니하지?
사랑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앞으로 가야 하는 줄만 알았는데, 나는 오히려 그 반대였어. 너를 잊는 길이 너를 다시 사랑하는 길이 될 줄은 몰랐지. 끝에서 시작으로 향하는 이 거꾸로 된 사랑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는 반대지만, 내 진심은 그 방향에서 더 또렷했어.
이제는 알아.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너를 사랑했던 기억의 처음까지 무사히 다녀왔다는 걸. 그 끝에 도달해서야 나는 비로소 너를 놓아줄 수 있었어. 거꾸로 사랑했기에, 너를 다시 앞으로 보낼 수 있었던 거야. 그렇게 나는, 너 없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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