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또렷했던 기억도
세월의 먼지 속에 점점 흐릿해졌다.
나는 그것을 붙잡으려 애썼지만, 손끝에서 스르르 흘러내렸다.

그 기억은 나에게 특별했다.
어느 날의 웃음, 어떤 계절의 향기,
누군가의 따뜻한 눈빛이 담겨 있었지만
이제는 단지 느낌만 남아 있을 뿐이다.

사진 속 풍경은 그대로인데,
그때의 감정은 더 이상 되살릴 수 없었다.
기억은 머릿속에 남아 있지만
마음으로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가끔 그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꿈속을 헤매듯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다 문득, 그 기억이 나를 찾아올 때가 있다.
바람결 하나, 음악 한 소절, 오래된 향기처럼.

시간 속에 묻힌 기억은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만 조용히, 깊숙이 숨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필요할 때,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잃어버린 기억도 결국 나의 일부다.
그것은 지금의 나를 만든 조각들이고,
때론 잊었기에 더 소중한 것들이다.
나는 그 기억들을 마음속 어딘가에 조용히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