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덮인 세상, 고요하고 깨끗한 그 순간을
마치 오래된 약속처럼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해의 겨울엔, 끝내 눈이 내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봄을 준비했지만,
나에겐 무언가 하나 빠진 계절이었다.
마치 들려야 할 마지막 노래가
끝내 연주되지 않은 채 멈춘 것처럼.
그 눈은 단지 날씨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그 눈 속에서 어떤 감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용기, 혹은 따뜻한 이별,
차마 꺼내지 못한 한마디가 눈처럼 내려주길 바랐다.
그러나 하늘은 조용했고,
감정은 말없이 얼어붙었다.
결코 내리지 않은 눈은
결국 내 안에 쌓여, 아무도 모르게 녹았다.
그 눈은 내리지 않았기에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아프고, 그래서 더 선명했다.
기억은 때때로, 존재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하다.
결코 내리지 않은 눈은
끝나지 않은 계절처럼 마음에 남았다.
나는 여전히 그 눈을 기다리며
내 안의 겨울을 조용히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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