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한순간에 정지한 듯했다. 모든 빛이 사라지고, 도시의 숨소리마저 멈춘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찾으려 애썼지만, 빛이 없으면 눈도, 마음도 쉽게 길을 잃었다.
그 밤,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별조차 보이지 않는 캄캄한 하늘 아래에서, 불빛이 꺼진 거리들은 마치 시간을 잊은 채 고요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어둠은 무섭기보다 오히려 낯설고 신비롭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초조해했지만, 그 불빛 없는 시간은 우리에게 잠시 멈추어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작은 빛과 소리들, 그리고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했다.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빛의 가치를 알게 된 것이다.
밤이 깊어가면서, 불이 다시 켜질 거라는 희망은 점점 희미해졌다. 그러나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어둠 속에서 함께 견뎌냈다. 빛이 없더라도 서로가 있어 견딜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그 밤에 배웠다.
다음 날 아침, 불빛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도시의 사람들은 변해 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연결을 발견했고, 빛이 없는 세상에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이 다시 켜지지 않은 그 밤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빛이 꺼진 순간에도 우리 안에 빛나는 마음이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진짜 빛임을 말해주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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